안녕하세요.
퍼블입니다.
새벽에 졸린 눈 비비며 쓰는거라 내용전달도 안되는 엉성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
지난 주말인 23일부터 K리그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K리그 정규 16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지난 주말 대전은 자살골로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엊그제(27일) 있었던 컵대회에서도 대구에게 완패를 당하며 후반기 시작이 순탄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너무나 바쁜 일상으로 인해 경기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저는 시간을 내어 27일에 있었던 대구와의 컵대회를 네이버 중계를 통해 관람하였는데 경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경기가 끝난 이후 한동안 상당히 화가 나있었습니다.
이러한 느낌들은 올시즌 들어 시나브로 느껴지던 것들이 대구와의 경기에서 구체화 되더군요.
대구와의 경기 전 그라운드로 나서는 대전시티즌 선수들
사진 출처 - 사커월드 김창규님
사진 출처 - 사커월드 김창규님
경기 결과는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1:3으로 대전이 완패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경기 내용에서 더욱 처절한 완패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경기를 보는 내내 참담한 경기내용에 할말을 잃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경기 내용이 나쁘고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기에 대전시티즌에 대해 낯선 느낌이 든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러한 낯설음은 수백번 느끼고도 남았겠죠.
경기 자체가 막장이었던 경우도 그동안 많았고 2002년엔 단 1승만을 거두는 초라한 성적표를 제게 보여주기도 했으니까요.
경기를 보고 내내 생각을 해봤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더군요.
여전히 엠블렘은 그대로이고, 안식처는 퍼플아레나이고, 팀명은 대전시티즌이고 선수들은 모두 열심히 뛰어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혹시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대전시티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이미지는 바로 가족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타팀팬들께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겠지만 수년동안 대전을 지켜봐온 사람들은 대부분 맞아맞아를 읊조리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가족같은 분위기는 선수들의 훈련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곧 실전 경기에서도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몇몇 선수들끼리 어울리고 그러한 무리가 팀내에서 몇개씩 나뉘어진다는 모팀의 뜬소문은 전혀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대전은 모든 선수들이 한가족, 친형제처럼 돈독한 관계를 보여왔었습니다.
어쩌면 2군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가족같은 분위기는 선수들만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전의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선수들과 팬들간에도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모든 팬들과 친하게 지내고 서로 챙겨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대전 선수들이 팬들을 생각하고 대하는 모습은 제게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경기를 하다보면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침대축구도 하고 거친 플레이도 하곤 했지만 적어도 축구장을 직접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배려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었다고 느껴왔습니다.
팬들이 고맙다, 고맙다 입으로 떠벌리기 보다는 적어도 그 마음이 느껴지도록 해줬었습니다.
뭐, 대전 팬이니까 좋게좋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겐 그랬었습니다.
지난 2005년 5월 GS와의 경기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허용한 패널티킥을 선방하고 세레머니 펼치는 최은성
사진출처 - OSEN
장철우 선수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걱정하던 순간에도 벌떡 일어나 절룩 거리며 그라운드를 향해 힘껏 달려나갔고, 자신에게 수많은 비난을 해도 공오균 선수는 우리에게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미친듯 뛰었고, 김은중의 범죄로 억울하게 패널티킥을 허용했음에도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팬들까지 진정시킨 후 멋지게 선방을 했던 최은성이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있었던 대구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지나친 항의와 경기지연 행위를 비롯한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대전이라는 내팀에 대한 이미지와 맞서는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 성남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고종수 선수의 거친 플레이와 우승제 선수의 비매너 플레이를 시작으로 최근 3경기 연속 퇴장 사태는 분명 팬들에게 있어 즐겁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거기에 볼썽 사나운 경기 지연 행위와 항의는 과연 대전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짜증부터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승리에 대한 집착과 억울함으로 인한 의견제시와 항의는 필요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을 했고 번복될 수 없는 판정이라는 상황 파악을 빨리 했다면 지켜보는 대전팬을 위해서라도, 아니 오히려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 입장에서라도 어느정도 적절한 선에서 끝냈어야 합니다.
감정을 컨트롤 하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철저하게 냉정해지는 모습 역시 팬들을 위한 선수들의 서비스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K리그는 프로입니다.
프로라는 것은 팀, 선수, 경기장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팬, 관중이 있다는 것입니다.
K리그에 있어 팬이라는 것은 서로를 위해 상생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알아야 합니다.
그저 시간 남아서, 돈 남아서 경기장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만큼 선수들 역시 팀의 승리와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는 것 못지 않게 팬들에게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무라고도 표현하고 싶군요.
어쩌면 지금의 대전시티즌 선수들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난날 저를 기분좋게 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제가 팀에게서 느끼는 것들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저의 생각들을 그저 추억으로만 만드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이제는 낯설음이라는 것으로 바꾸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폭 바뀐 코칭스텝과 선수단으로 인해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팀 전력이 안정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진통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달래보고 있는만큼 하루빨리 전력의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선수들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마인드 컨트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이 글이 자칫하면 팬으로서 대우받고 싶다, 혹은 축구장 다니는게 무슨 위세냐고 오해를 받을 수 있음이 걱정됩니다.
제가 축구장 다닌다고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선수들은 팬들을 떠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디 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해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By 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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