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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티즌

[대전:GS] 대전시티즌에게 주어진 숙제






안녕하세요.
퍼블입니다.

지난 2월27일, 드디어 2010 쏘나타 K-리그가 개막했습니다.
6년째 개막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대전시티즌은 GS라는 팀을 상대로 쉽지 않은 개막전을 가졌고 2-5 라는 점수가 말해주듯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치루었습니다.
물론 GS가 화려한 선수구성으로 막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지만 이런 결과로 개막전을 마무리했다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수비진의 붕괴입니다.
시즌 개막전부터 대전시티즌의 수비는 황지윤과 박정혜의 중앙수비라인이 버티고 있다 하더라도 많은 걱정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황지윤과 박정혜가 부상으로 출전을 하지 못한 개막경기에서 이런 수비진의 걱정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이호와 정형준, 그리고 데얀과 정조국

K-리그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데얀과 정조국의 이름을 들으면 이들이 축구선수인지, 그리고 공격수인지는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해야 했던 대전의 중앙수비인 이호와 정형준의 이름을 묻는다면 K-리그 팬이라 할지라도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55번 정형준(좌) 과 77번 이호(우)
[ 사진 : 퍼플크루 김창규님ⓒ http://www.대전시티즌.com ]


그도 그럴 것이 이호선수는 작년 신생팀으로 K-리그에 참가한 강원에서 한경기를 출전한 것이 고작이고 정형준 선수는 이번 개막전이 실질적인 K-리그 데뷔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개막전이라는 경기에 출전했을 때 가질 수 있는 부담과 불안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될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상대해야 하는 팀이 언제나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GS이고 그 팀의 공격진은 데얀과 정조국이라는 정상급 선수들이니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을지는 상상이 됩니다.
K-리그 3년동안 94경기 48골을 기록한 데얀, 그리고 수많은 대표경력과 K-리그에서 7년동안 180경기 49골을 기록한 정조국과 맞짱을 떠야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으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개막전에서의 GS창과 대전방패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만큼 대전으로선 그리 만만치 않은 경기였습니다.

수비불안으로 무너진 팀밸런스

아무래도 두명의 중앙수비가 실전경기에서 함께 발을 맞춰본적도 없고 실질적인 데뷔전의 성격이다보니 기존 멤버인 우승제, 김한섭과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것은 흡사 지난시즌 개막전의 재탕이 아닌가 싶을정도였는데요 지난시즌에도 대전에서 데뷔전을 치룬 유우람과 박정혜의 호흡 문제로 3골을 허용하고 패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데얀의 개인기에 농락당하며 어떻게 자리잡아야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 2선에서 침투하는 상대 선수를 놓쳐 골키퍼가 막은 공을 걷어내지 못하고 쉽게 골로 연결시켜주는 모습,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아 말도 안되는 백패스로 상대에게 골을 헌납하는 모습, 공이 움직이는 곳만 바라보며 쫓아다니다가 상대 미드필더에게 태평양만한 넓은 공간을 내주는 등 실점장면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GS의 측면공격에 집중하다 침투하는 선수를 놓쳐 다섯번째 골을 허용하는 대전

[ 사진 - 중도일보 인터넷방송 캡쳐 ]

중앙수비의 불안은 양쪽 풀백인 우승제와 김한섭에게 부담을 주었고 이들은 자연스레 중앙수비 강화를 위해 중앙쪽으로 자주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GS는 데얀과 정조국을 이용한 중앙쪽 공격으로 대전을 유인하고 측면 자원들이 많은만큼 집요하게 측면을 노렸습니다. 이러다보니 중앙과 측면이 모두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허둥대며 움직이다보니 정상적인 간격유지와 위치선정이 힘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넓은 공간을 내주는 모습으로 위험을 초래했습니다.
거기다 수비의 불안은 미드필더들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주며 GS와의 허리싸움에서 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미드필드에서의 아쉬움

애초부터 대전은 GS와 같은 강팀을 상대함에 있어서 최대한 상대의 페이스에 이끌리지 않고 우리만의 흐름과 박자를 가지고 그동안 연습하며 익혔던 플레이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날은 수비불안으로 인해 팀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팀플레이의 호흡을 조절해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이런 역할이라면 대체적으로 미드필드에서 공을 관리하며 선수들의 호흡을 조절해주어야 하는데 여기에 있어서 권집의 부상과 이성운의 이적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개막전에 출전한 미드필더인 김성준과 이현웅의 플레이는 상당히 좋았습니다만 이러한 템포조절능력이 한게를 보이며 상대에게 맞춰주다보니 오히려 전체적으로 허리를 지배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양상이 이루어졌습니다.
경기를 하는데 있어 개인기량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만큼 좋은 조직력으로 팀플레이를 하며 상대를 압박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상대를 우리 페이스로 끌고 가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상대 페이스에 맞춰주다보니 더욱 힘든 경기가 된 것이지요.
결국 허리싸움이 중요한 축구경기에서 대전은 GS에게 허리에서부터 밀리며 경기주도권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쏘아올린 공격력

대전의 첫골을 넣은 후 기도하는 8번 이현웅 선수

[ 사진 : 대전시티즌 명예기자 김기성님 ⓒ ]

하지만 이런 경기결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기분좋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전의 공격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앞쪽으로 향하는 패싱플레이를 통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공격축구를 하겠다는 왕선재 감독의 인터뷰가 있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현웅 외에 지난시즌동안 함께 경기를 해왔던 선수들이어서인지 그에 대한 준비가 잘되었고 완성도 또한 높은 모습이었습니다.
비교적 이른시간에 선제골을 내주었지만 2분만에 동점골을 넣는 과정에 있어서 비교적 한템포 빠른 패스와 선수들의 적절한 움직임, 그리고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의 빈공간 침투 능력등이 돋보였습니다. 참 보기좋은 골이었지요.
이외에도 대전의 패스게임은 보는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만큼 간결하고 세밀한 그러면서 정확도까지 높아진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두번째 골 실점이후 수비불안과 허리에서의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대전만의 플레이를 지속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경험을 통해 팀이 안정화 되면서 이러한 장점은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8번 박성호의 슛팅

[ 사진 : 퍼플크루 김창규님ⓒ http://www.대전시티즌.com ]

또한 올시즌 첫 골을 쏘아올린 선수가 신인인 이현웅 선수라는 것이 주목됩니다.
올시즌 드래프트로 입단한 이현웅 선수는 개막전에서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의 경기는 그동안 해왔던 학원축구와는 다르다는 것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패스를 기다린다던가, 공을 소유함에 있어 상대 선수에 대한 긴장을 쉽게 풀어버린다던가 하는 모습만 고치면 대전의 허리 구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작년 기대를 모았던 김성준 선수가 많은 움직임으로 앞에 있는 공격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모습등이 앞으로 기대를 해볼만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또 한 명 주목해야 할 선수가 박성호선수입니다.
실질적인 대전 공격의 중심선수로서 나름대로 제몫은 해주지만 뭔가 아쉬움이 많았던 박성호 선수는 올시즌 대전의 축구와 자신의 기량에 눈을 뜨여지는 모습을 보이며 시종일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반 뒷발로 찼던 슛이 그랬고 상대 골문 왼쪽 진영에서 슈팅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개막전에서 멋진 슛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골을 터뜨린 것도 박성호 선수가 얼만큼 해줄 수 있을지 기대해도 좋게 만듭니다.

최효진 현영민 박용호 등 전현직 국가대표로 포진된 GS의 수비를 상대로 두골을 뽑아낸 대전시티즌의 공격력은 수비가 안정되고 팀전력이 K-리그 경기를 치루면서 안정권에 접어든다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 생각되고 어느팀을 상대하더라도 골을 터뜨릴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Epil.

황지윤과 박정혜라는 주전 수비수의 부재로 인한 수비진의 붕괴는 백업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남은 외국인선수 한자리와 아시아쿼터를 이용해 수비수를 영입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됩니다.

또한 이러한 숙제와 함께 한층 좋아진 공격력과 자신감에 기대를 준 개막전은 대전시티즌에게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전의 취약한 부분과 개선할 부분, 살려나가야 할 장점등을 파악하여 본격적인 경쟁을 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초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패배를 발판삼아 조금씩 조금씩 보완해나간다면 대전시티즌이 올시즌 겨울에도 축구하는 팀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다음 경기는 3월7일 일요일 오후1시에 퍼플아레나 홈경기로 펼쳐지는 경남과의 정규리그 2라운드입니다.
많은 대전팬과 축구팬의 관람 부탁드립니다.


By 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