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창단한 대전 시티즌은 이제 내년으로 10돌을 맞게 된다. 그 사이 9년을 대전 시티즌과 함께한 두 선수 등 10여명의 선수가 대전 시티즌 경영진에 의해 충분한 설명이나 협상과 배려 없이 `방출` 당하게 된 작금의 사태에 대해 퍼플크루는 말하고자 한다.
#. 퍼플크루의 발론의 변
대전의 축구문화의 주체이며 수해자인 대전 시티즌 팬들의 대표로서 2005년 12월 14일 방출자 발표에 관련하여 퍼플크루가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은 결코 대전 시티즌 구단의 경영권과 선수단 구성권에 관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또한, 이익집단으로서 어떠한 금전적인 이익이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발언 역시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대전 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대전지역의 축구발전을 이끌며 대전 지역민들의 문화에 기여한 10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대전에서 축구의 열기만은 그 어떤 스포츠와 문화에 비교할 수 없이 뜨겁다.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기만큼이나 그 속에서 성장한 대전의 축구 문화는 K-리그의 어느 구단 앞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하고 선도적이다
자랑스러운 대전의 축구 문화는 대전 시티즌을 중심으로 모인 대전 시민들의 공유재산으로서, 세대와 세대가 함께 하는 장을 이루고 있으며, 대전이라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고취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부여한 것은 축구 문화의 주체인 대전의 팬들이었다. 퍼플크루는 시티즌 창단 이래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 열정으로 시티즌을 지지해왔다.
퍼플크루는 현 대전 시티즌 구단 경영진과 코치진에 대해 그동안의 노고와 그들의 열정에 대해 감사하고 있으며, 그들의 열정과 노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이는 2005년 12월 14일 방출자 발표와 관련하여, 그리고 다시 재계약 불가명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발표하기까지의 코미디와 그 후의 무책임한 대책과 성의 없는 대응 등, 구단이 대전을 지지하는 모든 팬들에게 심어준 불신감과 실망감에 대한 의견전달을 목적으로 그리고, 대전의 축구문화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를 지적, 대전의 팬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대전의 축구문화를 위해 대전 시티즌 구단과 함께 전진하기 위한 퍼플크루의 강력한 권고이다.
1. 창단맴버에 대한 예우의 문제를 제기한다.
은퇴식이나 은퇴경기는 구단이 먼저 나서서 선수들과 협의하여 결정한 후 발표해야 한다. 팬들의 원성이 높아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서 하는 은퇴식은 우리도 바라지 않는다. 재계약과 이적 등의 문제는 협의 하에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대전 팬들의 원성에 불길을 당긴 것은 창단멤버인 장철우 선수와 이창엽 선수에게 적절한 예우 없이 방출과 이적이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구단 프런트는 한 팀의 레전드라 불리는 창단멤버에 대한 적절한 예우가 어느 선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현 팬들의 원성이 그저 장철우 선수, 이창엽 선수 개인의 영달에 안타까워 몸부림치는 철모르는 투정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작금의 사태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선수 개개인의 영달에 연연한 것이 아니다. 대전 시티즌의 역사 9년을 모두 채워 뛰어준 선수의 이름 앞에 어떠한 설명이나 그의 노고에 대한 치사의 인사말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방출`이라는 주홍글씨를 달아 공지하였다. 이것은 대전 시티즌 9년간의 역사를 되돌리는 행위이다. 그 선수들이 단지 시작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분노하는 것인가? 그들은 우리 팀의 주축이었고 성적과 관계없이 꾸준히 자기 몫을 해오던 선수들이다. 그들만으로는 아니지만 그들로 인해 대전이라는 축구팀의 역사의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새로이 시민구단을 시작한다고 해서 그 동안의 역사를 불태우고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가? 9년을 대전 시티즌이라는 이름만으로 뛴 선수에게마저 최소한의 예우조차 없는 팀에서, 선수들에게 ‘대전 시티즌’ 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달라는 말을 누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선수들을 무조건 잡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설사 경영 정책상 두 선수와의 재계약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더라도 두 선수를 명예롭게 보내줄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대전으로 오게 된다면, 신인들이 대전이란 구단을 나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구단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고 누가 대전을 나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뛰겠는가. 단지 거쳐 가는 팀에서 최선을 다해 매 경기 뛸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이번 일로 인하여 대전 시티즌의 팬들은 대전 시티즌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에 상처를 받았다. 또한 떠나가는 선수들, 남아 있는 선수들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스포츠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계가 아닌 이상 심리와 분위기는 경기장 안팎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명가가 1~2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전 시티즌의 상처받은 명예를 회복하는데 몇 년 세월이 필요할 지, 차후 창단 멤버 및 레전드 선수에 대한 예우에 대해 구단 프런트에 사려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바이다.
2. 구단 프런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요구한다.
재계약이 힘든 선수들은 일찍부터 협상 혹은 통지를 해서 각자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시민구단 홍보 등으로 이용한 선수들을 주식공모가 끝나자마자 내보내는 건 주식을 산 주주들에게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들 중에는 선수 개개인을 보고 주식구매를 결정한 시민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식을 내가 좋아하는 선수 때문에 산 시민들은 시즌 시작도 전에, 아니 주식이 효력을 가지기도 전에 그 선수의 부재를 알게 된다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로는 성적과 이미지 그리고 마케팅 등으로 인기를 얻고 구단을 운영해간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또한 스스로의 가치를 높게 올릴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팀의 선수들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면 당연히 그 팀의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구단 전면에 서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 면면에 매력을 느끼는 축구 팬들이 대전 시티즌의 팬이 되어가고, 인기구단으로서의 역사가 더해진다면 명문으로 가는 정도(正道)가 될 것이며, 팬들을 통한 구단의 수익창출로 재정을 불리는 것은 시민구단으로서 대전 시티즌의 생존의 방향일 것이다. 팀의 역사와 품위 그리고 그를 통해 느끼는 팬들의 자긍심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100년의 역사도 10년이라는 세월이 더해지며 이루어진 것이고, 그 역사 속에서 팬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선수, 스타들이 있기에 더욱 찬란해지는 것이다. 재정적인 이유가 팀의 역사와 품위를 버리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역사와 품위가 떨어지는 팀에 자긍심을 가질 팬이 어디에 있으며 팬들의 인기가 미천하고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를 가진 팀에 어떤 마케팅의 힘이 있는지, 구단 프런트는 깊이 생각해 보았어야 해다. 대기업을 모체로 둔 타 구단들과 달리 팀의 존폐 여부가 자생력에 달려 있는 대전 시티즌에게 구단의 긍정적인 이미지란 큰 재산 중의 하나였다. 구단 이미지에 손상을 주면서까지 먹는 입을 줄여서 지출을 줄이겠다는 발상에서는 경영의 의지를 읽어낼 수 없다. 있는 재산을 밑천으로 구매자를 찾아 나설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할 시점이다. 팀에 공헌도 높은 노장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였다면,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팀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노장 선수들의 높은 연봉이 재정에 문제가 되었다면 그들의 역할에 적합한 방식으로 팀에서 떠나보내야지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짧건 길건 대전이라는 팀에 있던 선수들이 대전이라는 팀을 그리워하게는 못할 망정 나쁜 감정만을 남겨줘 혹 우리와 다른 팀 소속으로 상대할 때 독기를 품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비어있는 노장들의 자리를 대신하여 어린 선수들이 팀의 전력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성장의 기회를 주고, 가능성 있는 영건들이 오고 싶어하는 구단이 되도록 차후 선수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구단 프런트의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팬들을 향한 상품 판매와 입장료만이 그 해 장사의 전부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구단은 스스로 대전 시티즌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여 이를 이용해 마케팅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2006년 대전 시티즌 구단 프런트에도 기대하는 바이다.
또한 방출선수명단 발표 후 12월 14일 구단 홈페이지에 올린 ‘2005년 선수 방출에 즈음하여’라는 글에 올린 방출자 결정의 세 가지 이유 중 세 번쨰 ‘일부 선수는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자로 분류’라는 부분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였다. 선수단 내부분열이나 코치진의 지도력 부재로 이해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실이 시즌 중 기사화 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입장의 방출의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그러한 내용이 구단 프런트의 공식적인 발표에 포함됨으로써 구단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방출의 이유로 기사화된 적이 없는 내부 잡음을 ‘일반 팬들이 모르시는 부분도 많다’라고 말하는 것은 방출자 명단에 오른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다. 해당 선수들에게 그러한 말 한마디가 불명예의 멍에를 씌우는 것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구단 프런트의 ‘배려’없음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느꼈다. 그로 인한 대전구단 이미지 추락에 대해 구단 프런트는 책임을 통감하고 2006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3. 대전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 구단이 되어야 한다.
구단은 언제든지 팬들을 향해 구단 운영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와 함께 팬들의 반응을 개방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의 필요성 역시 대두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대전 시티즌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함께하고, 대전 시티즌 안에 대전 팬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저 선수단을 시민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겉모양새가 아니라 정책의 시발점에서부터 팬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민구단으로의 제2창단을 외치며 1차 시민주 공모를 마친 대전 시티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전 시민들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구단 경영의 형태가 밀실과 독단으로 진행된다는 인상을 준다면 그것은 차후 대전 시티즌에 대한 시민들의 신의를 잃어버리는 문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금번 사태를 통해 지켜본 구단 프런트의 대응 능력은 반응속도도 느릴 뿐만 아니라, 팬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에서도 많이 빗나가고 있어, 차후 다른 사태에서 구단 프런트와 팬들 간의 거리가 더욱 멀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퍼플크루는 이 문제에 대하여 경영에 대한 간섭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퍼플크루의 이름으로 어떤 선수를 영입하고 누구를 내보내라, 누구를 주전으로 써라, 등의 주장은 해서도 안되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구단은 대전 시티즌이 구단만의 것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시티즌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 아니 전국의 팬들이 구단을 존재케 하는 이유임을 잊지 말라. 더욱이 대전 시티즌 서포터즈 퍼플크루는 그냥 응원단이 아니다. 구단을 위해서 자신들의 돈과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어가며 선수들의 뒤에 서 있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동차가 4개의 바퀴로 달려가듯이 대전 시티즌도 구단 프런트, 선수들, 서포터즈를 비롯한 팬들,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이미지로 완성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이 없는 것이다.
우리 또한 팀의 리빌딩을 지지한다. 그러나 제2창단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위해 희생양으로 고액연봉선수들을 방출하였다는 구단의 입장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방출자 명단 공표 이전부터 적절한 해명의 노력이 필요했었다. 또한 방출자 명단 발표 후에도 ‘방출’이란 단어에 대한 팬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팬들의 의견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단 프런트의 모습을 보며 아직은 팬들이 대전 시티즌의 한 구성요소로써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팬들로부터 나오는 대전 시티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구단 프런트에서는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0. 퍼플크루는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프로구단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승리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승리만이 모든 가치 위에 올라가 있진 않다. 2005년 겨울 마지막 달 우리는 승리 그 위에 존재하는 가치있는 것들 중 몇 가지를 지켜내지 못했다.
퍼플크루는 이기기만을 위한 축구팀의 서포터가 아니다.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퍼플크루는 대전 시티즌만을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전의 축구를 지지하고 그 이름 아래, 최윤겸 감독님 이하 모든 선수들의 축구를 지지한다.
앞으로도 퍼플크루는 ‘대전 시티즌’이라는 이름의 역사와 긍지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설령 그 상대가 구단이 될지언정 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대전 시티즌의 팬들이 자랑스럽게 이 말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저는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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