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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차범근, 그의 인생과 77개월간의 기억




안녕하세요.
퍼블입니다.

그동안 수원팬들 사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차범근 감독의 거취가 일단락 되었습니다.
오늘(20일)오후 갑작스레 차범근 감독이 직접 물러나겠다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들은 저는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곧이어 간담회 소식이 뉴스로 보도되며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비록 팀 분위기가 좋지 않고 수많은 수원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은 상황이었지만 최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월드컵 휴식기를 맞아 분위기 반전을 노릴 줄 알았습니다만 결국 차범근 감독은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차범근 감독은 짧은 발표문을 낭독한 후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스스로 타성에 의해 감독직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발표한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중계 해설은 하지 않을 것이며 충분히 쉬고 다시 열정을 내뱉을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축구팀 감독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평탄치 않은 지도자로서의 시작

차범근 감독은 선수로서는 우리나라의 축구영웅으로 기억될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지도자로서는 그리 평탄한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국내축구를 선진축구로 끌어올리길 바라는 기대속에 울산의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성적부진을 이유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차범근 감독은 몸소 경험한 선진축구 시스템을 도입하여 효과적인 팀 운영을 하려 했습니다만 당시 우리나라의 정서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차범근 감독은 경기가 종료된 후 항상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 날의 경기를 되짚어보곤 했는데 선수 중 한명이 손을 들고 그냥 빠따를 맞는게 낫겠다고 말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후 98 프랑스 월드컵 감독을 맡으며 다시 한 번 기대를 받았던 차범근 감독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 퇴진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선수였던 차범근감독에게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지요.
그러나 차범근 감독의 자갈밭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 라는 폭탄발언을 하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사건처럼 불법배팅에 의한 도박과 연결된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K-리그의 순위와 우승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폭로였습니다.
시끌시끌했던 이 사건은 한국축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5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중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명해설가 차 범 근 

영원히 한국 축구계에 발을 들일 수 없는 문제아로 찍혔던 차범근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화려하게 컴백하게 됩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내방송 3사는 어차피 같은 화면을 송출하는 조건에서 시청률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은 중계를 진행하는 해설자의 몫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미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신문선을 데려간 SBS는 나름대로 미소를 지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해설자는 바로 차범근 감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감독인 허정무 감독은 이 때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을 했었네요.
무튼,
차범근 감독의 해설을 처음 들었을 땐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만의 독특한 화법과 풍부한 선수생활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상황전달, 전문성은 단번에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원래 작성하였던 2002 프랑스와의 평가전 해설 관련 일화는 당시 인터넷에 퍼져있던 글로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기에 삭제합니다.
해당 내용에 언급된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앞으로 글을 씀에 있어 더욱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해설자로서 주목을 받고 인정받은 차범근 감독은 축구인으로서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게 되죠.

77개월간의 기억, 수원의 감독 차 범 근 

2003년 10월.

수원은 김호감독의 후임으로 차범근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이미 한국 축구에서 쓰디쓴 경험을 했던 차범근 감독의 가족으로선 다시 K-리그 감독으로의 복귀가 편치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취임당시 제일 먼저 가족들의 반대 이야기를 꺼내며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던 차범근 감독은 쉽지 않은 결정인만큼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아 자신의 축구 열정을 드러내고 싶어했습니다.

목표대신 그라운드에서 평가받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차범근 감독은 부임 첫 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을 함과 동시에 지도자로서 이제야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A3우승을 일궈내기는 했지만 리그 10위를 차지하며 스타선수의 성공적인 지도생활은 힘들다는 속설에 바탕한 차범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완벽하게 떨쳐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2006시즌 2위, 2007시즌 3위를 차지하며 팀을 정상급으로 올리며 지도력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2008시즌 다시 한 번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절정을 달렸던 차범근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함께 챔피언 후유증을 겪으며 이듬해인 2009시즌을 리그 10위로 마감하며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듯 2010시즌 시작 후 최근 8경기 연속 무승 (1무7패)를 기록하며 전반기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원을 응원하는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다시 한 번 그의 지도력이 의심을 받게 되고 결국 퇴진운동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Epil.

제가 수원의 경기를 챙겨보는 것이 아니기에 (저는 대전시티즌을 사랑합니다~) 차범근 감독의 축구철학과 지도력에 대해 함부로 말 할 수는 없습니다만 돌이켜보면 차범근 감독이 77개월간 수원을 맡아오며 거둔 성적이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선수 구성을 가지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던지 이러한 부진이 2시즌 연속해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닐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팀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감독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만큼 차범근 감독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결정을 내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7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한 팀의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었는데 물러나겠다고 결정을 해야했던 차범근 감독도 편치않은 기분이었을겁니다.

요즘의 조광래 감독을 보며 즐긴다는 차범근 감독은 향후 다시 감독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K-리그 챔피언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치기도 한만큼 77개월의 긴 시간동안 경험했던 많은 것들은 차범근 감독을 더욱 좋은 지도자로 한단계 성장하는데 충분한 영양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더 좋은 지도자로 다시 K-리그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By 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