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Blood
첫 경험..(;;;) - 자동재생 "IU : 잠자는 숲속의 왕자"
쵸파블
2011. 12. 15. 23:52
Purple Blood 카테고리는 내 닉네임인 퍼블의 풀네임으로 이름지어진 카테고리로 그냥 내 개인적인 여러 이야기를 특별한 형식과 제약 없이 손 가는대로 끄적이는 공간입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SNS 및 왠만한 공간에서의 닉네임은 원래 닉네임인 퍼블과 좋아하는 캐릭터인 쵸파를 합쳐 '쵸파블'로 활동하고 있지만 풋볼로그만큼은 퍼블이라는 닉네임을 쭈욱 사용합니다.
I
2005년 3월 20일...
2005년 3월 20일...
2005 삼성 하우젠컵 '성남과 대전' 경기.
축구 보는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의 날이다.
97년 대전시티즌을 처음 접한 후 99년 전역과 함께 난 6년의 시간동안 혼자 원정을 다녔다.
고속(시외)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참 좋은 기억들이다.
일부러 하는 여행이 아닌 일상속에서의 여행이었으니까.
축구관람은 내게 그냥 일상이었다.
사람들이 술과 노래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난 그 돈 아껴 축구를 보러 다녔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게 축구관람은 단순한 축구관람이 아닌 여행의 시간이기도 했다.
자유롭게 떠나 주변을 돌아보며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그 곳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축구를 보고..
II
그러다,
그러다,
2005 시즌이 시작되면서 혼자 원정경기를 보러 다니는데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서포터의 원정버스를 타고 함께 떠나보자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믿을 사람 없겠지만 당시 낯가림이 심했던 나였기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무리속에 섞여야 한다는것은 상당한 긴장감을 주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혼자 원정경기를 보려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출발지인 대전 한밭운동장 윤봉길 동상근처에서 접선을 하였다.
비싸지 않은 해장국을 먹고 함께 버스에 올라 그렇게 탄천으로 갔다.
당시 대전팬의 수는 상당했다.
기억이 맞다면 버스 8대가 출발했으니.
모두 즐거워보이는 얼굴과 웃음.
그들과 함께 웃으며 시끌시끌한 수다를 나누진 못했어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 이게 단체 원정버스의 매력이구나 생각했다.
당분간 혼자 원정경기 관람하는 것은 참아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III
그렇게,
그렇게,
경기장에 도착하니 탄천이 내 집이고, 내 앞마당인것마냥 그저 신났다.
물론 경기장에 들어서는 일반석으로 자리를 잡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혼자 경기를 즐겼다.
참 웃긴게..
난 원정버스가 달리는동안 한 것도 없이 그저 앉아만 있었는데 왠지 서포터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서포터가 섭팅을 하면 그래 니들 열심히 응원해라~ 난 경기에 집중한다.. 였겠지만 이 날은 서포터들의 응원을 보면서 왠지 나도 그들의 목소리에 한 몫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날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이 났다.
물론 성남의 슈팅이 4~5개정도 많았고, 분위기도 확실히 가져가긴 했지만 대전팬들이 아쉬운 마음이 들만큼 대전의 경기내용 자체는 상당히 좋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종료 휘슬이 울리고 다시 버스에 올랐으나 출발할 때와는 달리 많이 편해진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바로 서포터 까페에 가입하고 적절한 소모임에 가입을 했다.
그렇게 난 서포터의 생활에 입문하게 되었고, 열혈 서포터로의 생활을 살게 되었다.
IV
물론,
물론,
지금은 다시 축구만 즐기는 10년 전의 그 때로 다시 돌아가버렸지만 2005년 3월 20일 성남과의 컵대회 원정경기는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의 날로 남아있다.
By 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