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2년2개월만에 외침, 부천!

쵸파블 2008. 3. 24. 03:24

2년 2개월만이었습니다.

난 2006년 2월, 전 아직 단잠에 취해있을 새벽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눈도 뜨지 않은채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저편에선 알 수 없는 엷은 흐느낌이 들려왔습니다.
저의 단잠을 깨운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게 "왠 미친놈이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제 귀에 들려온 첫 단어는 "씨.팔.." 이었습니다.
다짜고짜 제게 욕을 하는 상대에게 한마디 쏘아붙이려는데 뒤이어 들리는 말은 "SK 제주로 날랐어..."였습니다.

소 절친하게 지내오던 부천팬인 아는 동생으로부터 들었던 SK의 연고이전의 첫소식이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얼마전까지도 서포터들과 팬들을 위한 행사인지 모임인지 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참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울먹이는 그 동생을 어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얘기만 묵묵히 들어주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국 SK가 부천을 연고지로 하여 가진 마지막 경기는 바로 제가 응원하는 대전시티즌과의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된 것이기에 더욱 기분이 복잡 미묘해지더군요.
그날 경기에서 대전이 이기는 바람에 부천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었고 경기가 끝난 후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었거든요.

렇게 울먹이며 제게 전화를 했던 그 동생은 2년2개월여만에 세상에서 제일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하며 제게 부천FC의 K3리그 첫승을 자랑해왔습니다.
2년2개월동안 꾹꾹 참아왔던거 오늘 다 내뿜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앞으로 몇번은 더 해도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다 풀어내지 못할 것 같다며 어찌나 신나게 떠들던지 저까지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을 접속했더니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부천의 첫승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사진도, 영상도....

터넷에 올라온 부천FC의 골장면과 서포터들의 썹팅영상을 보고 있자니 참 잘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참아왔는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서포터 이외에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속에 유료관중이 1280명이나 왔다니 K3리그로 출발하는 부천FC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가 됩니다.
K3의 또다른 팀 서울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지만, 부천FC라는 팀은 앞으로 그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팀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인적으로 무서운놈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던 부천서포터들의 부활이 꽤나 반갑게 느껴집니다.

수정 : 위 내용중 부천SK시절의 마지막 경기를 대전이 이겼다는 것을 1:1 무승부로 수정합니다. (파란거북님 쌩유~)


아래 영상은 소리가 크니 스피커 볼륨을 미리 낮추실 것을 말씀드립니다
영상 출처는 영상안에 있습니다